도시 폐허 탐방 (50) 썸네일형 리스트형 제주 산간의 폐호텔 – 관광 붐의 그늘 아래 사라진 리셉션, 버려진 휴양지의 서글픈 입구제주 중산간 지역의 숲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야자수도 관광버스도 보이지 않는 고요한 언덕 위에 웅크리고 있는 대형 건축물이 하나 눈에 띈다. 유리창은 대부분 깨졌고, 콘크리트 벽면에는 습기와 이끼가 얼룩처럼 뒤덮여 있다. 이곳은 1990년대 말 제주 관광 붐을 타고 세워졌던 ○○리조트 호텔의 잔해다.당시 제주도는 신혼여행지에서 가족 여행지, 나아가 기업 연수와 외국인 휴양지로의 전환을 꾀하던 시기였다. 그에 발맞춰 산지와 해안 곳곳에는 중소 규모의 호텔, 펜션, 리조트가 우후죽순 들어섰고, 이 호텔도 그런 흐름의 산물이었다. 다만 다른 해변 리조트들과는 달리, 이곳은 자연 속 고요한 프라이빗 공간을 강조하며 고급 휴양지를 표방했다.그러나 완공 3년 만에 경영.. 제주 해안가의 버려진 유리온실 – 녹색 꿈의 폐허 해풍을 맞는 유리의 유적, 제주 해안의 낯선 풍경제주 남쪽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기암절벽과 얕은 초지가 이어지는 한가로운 풍경 속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유리 건축물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언뜻 보기엔 현대적인 식물원이거나 리조트 시설처럼 보이지만, 그 안은 이미 수년 전 기능을 상실한 폐허 상태다. 이곳은 한때 ‘해양온실 테마파크’라는 이름으로 조성되었고, 해양기후에 적합한 열대작물을 재배하며 관광과 교육을 결합한 공간으로 운영되었다.2000년대 초반, 제주도는 해양레저와 농업을 융합한 관광 상품에 큰 기대를 걸고 다수의 스마트팜과 유리온실을 해안가에 세웠다. 이 유리온실 역시 그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완공 이후 몇 해 지나지 않아 높은 유지비와 낮은 관람 수요, 내부 온도 조절 실패 등의 .. 제주 중산간의 버려진 군 관사촌 – 침묵의 벽돌 건물들 삼나무 숲을 뚫고 들어선 폐허의 마을제주 중산간 지역, 해발 약 400m 지대. 대형 농장이 끊기고, 삼나무 숲이 연이어 펼쳐지는 한적한 도로변에서,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있는 벽돌 건물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은 과거 군인과 그 가족들을 위한 관사촌으로, 1980년대 후반 군 전략 거점으로 활용되던 시절 조성된 주거지다. 현역 부대 인근에 위치한 이 관사들은 비상시 작전 대비와 장기 근무자 주거 안정 목적의 일환으로 설계됐지만, 부대 해체와 군 조직 개편 이후 전면 폐쇄되었고 지금은 출입이 통제된 상태다.관사촌은 외부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수목이 울타리처럼 둘러져 있고, 담벼락 대신 작은 계곡과 언덕이 자연 경계선 역할을 한다. 접근은 어렵지 않지만, 실제로 이곳이 폐허라는 걸 인지하기까지는 꽤 .. 제주 산속 폐요양원, 돌담에 갇힌 병원의 시간 한라산 자락의 묘한 고요, 잊힌 요양원의 존재제주시 외곽, 한라산 중턱의 숲길을 따라가면 일반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조용한 구역에 들어선다. 그 깊은 산속,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회색빛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1990년대까지 운영되었던 ○○요양원으로, 장기 입원자와 고령 환자들을 주로 수용하던 병원이었다. 현재는 폐쇄된 지 20년이 넘은 폐허지만, 건물의 형태는 거의 온전하게 남아 있고, 유일하게 감춰진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병원형 폐건물이다.요양원이 자리한 지형은 바람이 잦고 조용하며, 병원 주변에는 검은 현무암 돌담이 원형 그대로 둘러쳐져 있어 마치 하나의 요새처럼 느껴진다. 병원의 존재를 알리는 표지판은 오래전에 철거되었고, 지도상에서도 ‘시설’로 표시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장을 찾으.. 제주 사라진 워터파크, 버려진 물의 도시 물의 낙원이었던 그곳, 폐허가 된 유희의 공간제주 동부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잡초로 가득한 넓은 부지 한가운데 정체불명의 슬라이드 구조물이 삐죽 솟아 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은 아무런 표식도 없고 사람도 드물지만, 이곳은 한때 가족과 연인들이 몰려들던 유명 워터파크였다. 2000년대 중반 개장한 이 워터파크는 제주 관광객 증가에 발맞춰 수상 레저의 허브를 자처했으나, 개장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폐쇄되었다.물결 모양의 구조물, 곡선을 그리는 슬라이드, 해변과 연결된 풀장 등은 지금도 그 형태를 간직하고 있으나, 물은 말라버렸고 철골은 녹이 슬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높이 솟은 메인 타워인데, 과거에는 수백 명의 발자국이 오르내리던 계단이 이제는 삐걱거리는 소리만 남았다. 폐허라는 말은.. 제주 구 외국인 리조트 단지, 폐허의 휴양지 번영의 꿈이 멈춘 그곳 – 리조트의 잔해를 마주하다제주 서귀포시 한적한 해안가. 한때 외국인 전용 리조트 단지가 들어서며 ‘한국의 몰디브’를 꿈꾸었던 지역이 있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완만한 언덕과 천혜의 자연 경관, 그리고 고급스러운 설계를 자랑하던 이 단지는 2000년대 초반 외국 자본과 함께 대대적인 개발 계획이 추진됐으나, 경기 침체와 투자 철회로 결국 완공되지 못한 채 사업이 중단됐다.현재 이 리조트 단지는 ‘폐허’라는 단어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호텔동의 외벽은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수영장 부지는 잡초로 뒤덮였다. 미완공 상태로 수년간 방치된 건물들은 도중에 건축이 중단된 탓에 구조적 안정성조차 불확실하다. 출입을 막는 울타리는 오래전에 무너졌고, 지역 주민들조차 “어디가 어딘지 모.. 대구 ○○역 인근 폐건물 탐방 – 철로 옆 유령지대 역 주변의 잊힌 공간, 철로 옆 폐허의 존재감대구 ○○역은 과거 수많은 승객과 화물이 교차하던 지역 교통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철도 수송량이 줄고, 도시 재개발이 주요 거점으로 이동하면서 역세권의 일부는 점점 관심에서 멀어졌다. 특히 역사 후방의 철로 옆, 한때 창고와 숙소, 조그만 물류 사무실이 밀집했던 구역은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상태다.이 일대는 외형적으로는 아직 ‘도시’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유령도시에 가깝다. 오래된 석조건물과 시멘트 블록으로 지어진 2~3층 규모의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으며, 곳곳에 깨진 창문과 녹슨 간판이 그대로 남아 있다. 철도와 평행하게 이어지는 골목은 무거운 침묵 속에서 오로지 바람 소리만을 허용하고, 밤이면 가로등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그 적막은 더 깊.. 순천 폐산업단지 촬영 후기 – 시간 속에 머문 공장 유휴지로 남겨진 철의 구조물, 폐산업단지의 첫인상 전라남도 순천은 정원도시이자 생태관광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도심 외곽에는 산업의 시대가 남긴 거대한 잔상이 남아 있다. 바로 순천 ○○산업단지. 한때 화학 가공과 기계 조립으로 붐비던 이곳은 1990년대 후반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주요 기업의 철수와 함께 급속도로 기능을 잃었다. 지금은 일부 창고와 공장동이 남아 있을 뿐이며, 나머지 지역은 철거된 뒤 유휴지로 방치돼 있다.폐허가 된 산업단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 기자재나 생산 설비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그 규모다. 붉은 벽돌의 외장재로 마감된 긴 창고, 내부가 텅 빈 컨베이어 구조물, 그리고 녹이 슨 환기 덕트들이 이어져 있다. 곳곳에 적재된 철제 드럼통과 방치된 지게차의 바퀴자국은 아.. 이전 1 2 3 4 5 6 7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