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시 폐허 탐방66

[해외탐방]플로리다 미사일 사일로 탐험 – 냉전의 깊은 구멍 1. 남부 플로리다, 늪지대 아래 숨겨진 요새플로리다 하면 많은 사람들이 디즈니월드, 해변, 야자수, 또는 따뜻한 날씨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그런 평화로운 풍경 이면에는 우리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냉전시대 군사 유산이 숨어 있다. 특히 마이애미 남부에서 멀지 않은 내륙 지역, 오키초비 호수(Okeechobee Lake) 인근에는 버려진 미사일 사일로들이 조용히 잠들어 있다. 대부분의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현지 탐험가나 군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장소다.이 미사일 사일로는 1960년대 초반, 미국과 소련 사이의 핵무기 위협이 극에 달했던 시기에 건설되었다.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미국은 플로리다를 포함한 전략 요충지에 다수의 미사일 발사 기지를 건설했으며, 이중 일부는 지금도 콘크리.. 2025. 7. 11.
[해외탐방]루이지애나 식민지 폐저택 – 진흙 속 남부 고딕의 전설 늪지 위의 백색 대저택, 그곳에 남은 시간의 잔향루이지애나 주 바토루즈(Baton Rouge) 남쪽, 미시시피강 지류가 휘감는 진흙 늪지대 어귀에 **‘벨 드라므(Belle Drâme)’**라는 이름의 오래된 식민지 시대 대저택이 있다. 정식 지도에는 기록되지 않지만, 현지 탐방자들과 유령 전설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는 ‘남부 고딕 폐저택의 상징’으로 불릴 만큼 유명한 장소다.1790년경, 프랑스계 이주민이 목화 농장 운영을 위해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저택은, 백색 목재 외벽과 이오니아식 기둥, 2층 발코니와 검은 셔터창을 갖춘 전형적인 루이지애나 크레올 양식의 건축물이다.세월이 흐르며 이곳은 주인을 수차례 바꾸었고, 남북전쟁 이후에는 일시적으로 병원 겸 피난소로 사용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1.. 2025. 7. 11.
[해외탐방]캐나다 트리다와 공장 폐허 – 얼음 속에 잠든 철의 도시 북쪽 끝에서 솟아오른 철강 산업의 신화캐나다 온타리오 주 북부에 위치한 **트리다와(Treedawa)**는 대다수의 지도에는 이름조차 명확히 표시되지 않는 작은 도시다. 그러나 20세기 초, 이곳은 북미 산업 지도의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철광석 매장량 때문이다. 주변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한 철광과 이를 처리할 수 있는 풍부한 수자원은, 1920년대부터 이곳을 캐나다 철강 산업의 전초기지로 만들었다.당시 세워진 트리다와 제철소는 최신 고로 설비와 선광 시설을 갖춘 대규모 공장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군수물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 공장은 하루 24시간 돌아갔다. 철도망과 항만이 정비되면서 트리다와는 급속히 팽창했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노동자들로 인해 순식간에 산.. 2025. 7. 10.
[해외탐방]펜실베이니아 센트레일리아 – 불타는 지하 마을의 종말 지하에서 타오른 불, 마을을 집어삼키다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센트레일리아(Centralia)는 한때 수백 가구가 거주하던 평범한 탄광 마을이었다. 그러나 1962년, 폐광 근처에서 시작된 **지하 화재(Underground Mine Fire)**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당시 불법 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버려진 탄광 갱도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화재는 땅속 깊은 곳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이를 단순한 사고로 여겨 간단히 진화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지만, 불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퍼졌고, 6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타고 있다.지하 탄층의 복잡한 구조와 높은 인화성 때문에 불은 완전히 끌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땅이 뜨거워지고, 균열이 생기고,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도로는.. 2025. 7. 10.
[해외탐방]캘리포니아 보디 유령 마을 – 서부 개척시대의 흔적 황금열풍과 함께 태어난 도시미국 캘리포니아 북동부, 시에라네바다 산맥 자락에 위치한 **보디(Bodie)**는 한때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주했던 활기찬 광산 마을이었다. 19세기 후반, 서부 개척시대의 골드러시가 절정에 달하던 시기, 1859년 윌리엄 보디(William S. Bodey)가 금을 발견하면서 이 지역은 순식간에 인구와 자본이 몰려들던 황금의 도시로 떠올랐다.광산업이 번성하면서 도시는 확장되었고, 술집과 매춘굴, 오락실, 교회, 학교 등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섰다. 하지만 보디는 번영과 동시에 혼돈을 품었다. 범죄, 살인, 화재, 파업이 일상이었으며, 당시를 살아간 이들은 “보디에 가는 사람들은 지옥으로 간다(Bodie, a hell on earth)”고 묘사할 정도였다.그러나 금맥은 오.. 2025. 7. 9.
[해외탐방]뉴욕 러즈벨트섬 폐 병원 – 고립된 섬 속 유령 병동 동강난 도시의 조각, 러즈벨트섬의 이면맨해튼과 퀸스 사이, 이스트강 한복판에 위치한 러즈벨트섬(Roosevelt Island)은 겉보기에는 현대적인 아파트와 산책로가 어우러진 조용한 주거지다. 그러나 이 고립된 섬의 남단에는 뉴욕 시민들조차 잘 모르는 한 폐허가 조용히 서 있다. 바로 스몰팍 병원(Smallpox Hospital), 또는 공식 명칭인 루즈벨트 아일랜드 스몰팍 병원 유적이다.19세기 중반, 뉴욕시는 당시 만연하던 천연두(Smallpox) 환자들을 도시 외곽으로 격리하기 위해 이 섬에 병원을 세웠다. 1856년 완공된 이 병원은 미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 격리 병원이자, 뉴욕 공공보건의 상징적인 유산이다. 도시에서 가장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절박한 대응이, 바로 강을 사이.. 2025.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