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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폐허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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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탐방]스코틀랜드 슬레인즈 성 – 드라큘라 전설의 진짜 무대 드라큘라의 고향이 루마니아가 아닐 수도 있다?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루마니아의 브란 성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정작 이 전설적인 흡혈귀의 이미지에 더 깊은 영향을 준 장소가 스코틀랜드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바로 슬레인즈 성(Slains Castle). 스코틀랜드 동북부, 애버딘셔의 절벽 위에 자리한 이 고풍스러운 폐허는, 소설이 출간되기 6년 전인 1895년 브램 스토커가 실제로 머물렀던 장소이기도 하다.이 고성이 지닌 분위기는 단순한 폐허 이상의 것을 품고 있다. 가파른 바위 절벽에 매달려 있는 구조, 회색빛 석재 외벽, 폭풍우가 몰아칠 때마다 울리는 거친 바람 소리까지. 당시 스토커는 이곳에 머무르며 고성의 구조, 날씨, 고립된 분위기를 메모로 기..
[해외탐방]이탈리아 크라코 유령 마을 – 무너진 언덕 위의 시간 언덕 위의 요새도시, 크라코의 시작이탈리아 남부 바실리카타 주의 해발 400m 산등성이에 자리한 고대 도시 **크라코(Craco)**는, 처음부터 고립된 폐허는 아니었다. 기원전 8세기 경부터 정착 흔적이 발견될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이 도시는, 중세 시대를 거치며 전략적 요충지로 성장했다. 주변 지형의 특성상 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쉬워, 요새형 마을로 발전하였고 11세기에는 본격적인 석조 건축물과 성채 구조가 갖춰지기 시작했다.크라코는 지역의 행정 중심지로 기능하며, 농업과 목축업을 기반으로 번창했다. 특히 19세기에는 수천 명이 이곳에 거주했고, 수도, 성당, 학교, 병원 등 기본적인 기반 시설도 잘 갖춰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 전성기는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자연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힘이, 이..
[해외탐방]불가리아 부잘루자 기념관 – 산 위의 SF 유령기지 산정상에 착륙한 우주선 – 부잘루자의 정체불가리아 발칸산맥의 험준한 산정상, 고요한 자연을 가로지르듯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다. 그 이름은 부잘루자 기념관(Buzludzha Monument). 마치 외계에서 착륙한 우주선처럼 생긴 이 유령 같은 건축물은, 20세기 사회주의의 시각적 상징성과 정치적 선전이 얼마나 극단적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1981년 불가리아 공산당 창당 90주년을 기념해 완공된 이 기념관은, 본래 '붉은 미래'를 예고하던 장소였다. 커다란 접시 모양의 본관과 70미터에 달하는 직립형 기념탑은 마르크스주의와 레닌주의의 승리를 상징하는 기념비적 건축물로 지어졌으며, 내부에는 모자이크 예술과 사회주의 영웅의 초상이 가득했다.하지만 공산정권이 몰락하면서 이..
[해외탐방]독일 베를린 소련군 병원 폐허 탐방기 – 붉은 제국의 유산 냉전의 상징, 베를린 외곽의 병원 단지독일 베를린 외곽의 바이센제 지역,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질적인 풍경이 나타난다. 붉은 벽돌 건물, 창문이 깨진 병동, 부식된 철제 침대들이 방치된 채 남겨진 이곳은 과거 소련군이 주둔하던 거대한 병원 단지다. 공식 명칭은 **베를린 베브린크 병원(Krankenhaus Beelitz-Heilstätten)**으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을 위해 건설되었고 이후 나치 독일과 동독 시대를 거쳐, 냉전기의 소련군 군의관 시스템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했다.이 병원은 단순한 치료 시설이 아니었다. 외상 치료, 재활, 정신 질환 치료, 군 내부 교육과 수용 기능을 복합적으로 갖춘 소련식 복합병원 단지로, 냉전이라는 거대한 이념 충돌 속에서 인간을 다루는 기계처럼 운영되었..
[해외탐방]체르노빌 프리피야트 – 잊힌 도시의 방사능 그림자 계획도시 프리피야트의 탄생 – 원자력의 미래를 향한 도시1986년 4월 26일 이전의 프리피야트는, 소련이 자랑하던 최첨단 원자력 도시였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불과 3km 떨어진 이 도시는 1970년대 초에 계획도시로 건설되어 원전 종사자들과 그 가족 약 5만 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도시 구조는 소련 특유의 기능주의적 모듈에 따라 설계되었으며, 넓은 대로와 녹지, 문화회관, 병원, 학교, 수영장, 유원지 등 모든 기반시설이 완비되어 있었다.프리피야트는 단순한 노동자의 도시가 아니라, “핵의 이상향”을 상징하는 모델 도시로 여겨졌다. 당시 체르노빌 발전소는 냉전 시기 에너지 경쟁의 중심이었고, 이를 운영하는 인재들을 위한 거주 공간인 프리피야트는 자부심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 꿈은 어느 날 갑작..
섬 속 폐허: 거제도 ○○공장 내부 탐사 리포트 거제 바닷바람 속에 남겨진 철골의 잔해경상남도 남단, 조선업의 상징이라 불리는 거제도. 그러나 그 거대한 산업의 이면에는 이제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 폐쇄된 공장 부지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오늘 발걸음을 옮긴 곳은 거제 동부 해안가에서 차량으로 15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한때 해양 설비 제조를 담당하던 ○○공장.공장은 이미 10여 년 전 사업 부진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됐고, 이후 관리되지 않은 채 철거나 재개발 계획 없이 방치되고 있다. 입구는 녹슨 철문으로 봉쇄되어 있지만, 울타리 일부가 허물어진 틈으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공터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거대한 크레인 프레임과 철제 구조물, 지붕이 무너진 작업동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그 위용을 짐작하게 한다.바다를 ..
제주도 한라산 자락, 버려진 군사 시설 유적 낯선 콘크리트 벙커, 숲속에 남겨진 구조물한라산 중턱, 등산로에서 벗어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면 정체불명의 콘크리트 건축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나무와 덩굴 사이로 반쯤 숨겨진 이 구조물은 무언가 감추려는 듯 입구조차 찾기 어렵다. 자세히 살펴보면 외벽은 방탄 콘크리트로 추정되며, 곳곳에 통신용 철제 파이프가 삽입되어 있다. 얼핏 보아 군용 벙커 혹은 탄약고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공식적인 안내판도, 지도에도 표기되지 않은 이 공간은 민간인의 출입이 오랫동안 제한됐던 곳이다. 제주가 군사적 요충지로 자리했던 냉전기, 이 일대는 여러 형태의 방어 시설이 산재해 있었으며, 이 벙커는 그 시절 잔재로 추정된다. 지금은 지형의 일부처럼 조용히 숲에 흡수되어 있지만, 바람이 구조물 내부를 통과할 때면 묘한 울림이 ..
제주 ○○초등학교 폐교지 – 분교의 흔적을 따라 걷다 돌담 너머로 남은 교정, 고요히 멈춘 시간제주도 동부의 한 조용한 마을. 차로 이동하던 중 길가에 나지막한 돌담이 이어지다가, 문득 그 너머로 운동장이 펼쳐진다. 처음엔 작은 마을회관쯤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벽에 희미하게 남은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초등학교 ○○분교’. 이곳은 1960년대 개교해 2000년대 중반 폐교된, 제주의 한 시골 초등학교 분교지다.제주의 분교들은 대개 오름 아래나 농경지 인근에 자리 잡고 있으며, 교통이 불편한 마을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엔 30~50명 규모의 소규모 학급이 운영됐고, 마을 주민들과 교사들이 하나의 공동체처럼 얽혀 있었다. 이 학교도 한때는 마을 전체의 심장이었다. 체육대회와 학예회, 방과 후 농촌일손 돕기까지. 아이들이 떠난 지금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