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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폐허 탐방66

대구 ○○고등학교 폐교 부지의 그림자 – 방치된 기억의 복도 1. 낡은 복도와 교실, 그 안에 남은 시간의 층위대구 도심 외곽에 위치한 ○○고등학교는 한때 지역에서 명문으로 불리던 전통 있는 학교였다. 교복을 단정히 입은 학생들이 운동장을 가득 메우고, 종소리에 맞춰 복도를 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도시개발 축의 이동은 이 학교를 차츰 주변부로 밀어냈고, 결국 폐교라는 결정을 피할 수 없었다.폐교 이후 수년이 지난 지금, ○○고의 교정은 고요하다. 담쟁이 넝쿨이 벽을 타고 올라가고, 깨진 유리창 너머로 먼지가 가득 쌓인 교실이 보인다. 체육관의 바닥은 틀어졌고, 급식실에는 식판이 몇 개 뒤엉켜 있다. 이 학교는 단순히 비어 있는 건물이 아니다. 그 자체로 과거를 담고 있는 기억의 층위이며, 도시의 한 시절이 응축된 장소다.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2025. 6. 11.
군산 구 일본인 거리 탐방기 – 역사의 그림자를 걷다 1. 일본풍 건물 사이, 100년 전 시간의 틈을 걷다전라북도 군산의 구도심에 들어서면 낯선 이국적 정취가 뿜어져 나온다. 붉은 벽돌의 2층 건물, 목재 창틀, 양옥 구조의 상가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는 이 거리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이 지은 건물들이라는 점이다. 이곳은 과거 군산항을 중심으로 형성된 일본인 상권의 핵심지였으며, 일제의 경제 침탈 거점 중 하나였다. 지금도 군산세관, 동국사, 히로쓰 가옥, 초원사진관 등의 건축물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마치 시간의 틈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준다. 하지만 이 거리의 독특한 분위기 뒤에는 무거운 역사가 숨어 있다. 겉보기에 고풍스럽고 이국적인 풍경이지만, 실상은 우리나라 근대사의 상처를 품고 있는 현장이다. 이곳은.. 2025. 6. 11.
강원 탄광마을의 마지막 풍경 – 사라지는 광산의 소리 1. 석탄의 도시, 사북과 태백의 기억 한때 강원도는 석탄의 땅으로 불렸다. 1970~80년대, 태백과 정선, 사북, 고한 등지에서는 수천 명의 광부들이 광산으로 들어가 국가 산업의 엔진을 돌렸다. 특히 사북읍은 ‘검은 황금’이라 불린 석탄 덕에 수많은 노동자와 상인, 가족들로 북적이던 활기 넘치는 지역이었다.하지만 1980년대 후반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 이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석유와 천연가스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탄광들은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사북은 그 중심에서 가장 빠르게 침묵해버린 탄광 도시였다. 광부들의 헬멧이 벗겨지고, 인력 수요가 줄며 이 지역은 마치 ‘산업의 유령도시’처럼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사북과 태백의 골목마다 놓인 폐건물과 먼지 쌓인 장비들, 버려진 광차와 검게 그을린 터널.. 2025. 6. 11.
인천 폐교 탐방기 – 교실 속에 갇힌 시간들 1. 잊힌 배움터, 인천 폐교의 시간 정지 인천광역시는 과거 산업 중심 도시로 급격한 인구 유입을 경험했지만, 2000년대 이후 학령인구 감소와 도시재개발로 인해 수많은 학교가 문을 닫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특히 부평, 동구, 강화, 중구 일대에는 폐교된 초·중·고등학교가 다수 존재하며, 이 중 일부는 여전히 방치된 상태로 남아 도시의 음영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필자가 찾은 이곳은 인천 ○○구의 ○○초등학교, 1990년대 후반까지 운영되었으나, 주변 재개발로 인해 2000년대 초 폐교된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용도 없이 시간이 멈춘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교문은 녹이 슬고, 운동장의 잡초는 허리춤까지 자라며, 건물 외벽의 페인트는 오래전 벗겨진 채 바람에 깎여 나갑니다.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 2025. 6. 11.
용산 미군기지의 어제와 오늘 – 공개되지 않은 유령도시 1. 전후 한국의 땅에 세워진 또 하나의 ‘국가’ 서울 한복판, 한강과 남산 사이에 위치한 거대한 땅. 바로 **용산 미군기지(Yongsan Garrison)**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군사시설을 넘어서, 냉전과 분단, 한미동맹의 상징이자 한때는 일반인의 접근조차 철저히 통제된 ‘도시 속의 이방 세계’였습니다.기지의 시작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본군이 ‘조선군 사령부’를 세운 곳이 바로 이 자리였죠. 이후 1945년 해방과 동시에 미군이 이 시설을 인수하고, 한국전쟁을 거치며 주한미군의 핵심 기지로 탈바꿈합니다. 약 73년 동안 이곳은 **‘서울 속의 미국’**으로 기능하며, 한국인 출입은 거의 허용되지 않았습니다.그 결과 용산기지는 단순한 주둔지가 아니라, 병원·학교·주택·상점·교회 등 작은.. 2025. 6. 10.
서울 영등포 정신병원 폐허 탐방기 – 폐허 속에 남은 기록들 1. 영등포의 숨겨진 폐허: ‘구 ○○정신병원’의 위치와 역사 서울 영등포구의 한적한 골목, 생활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오래된 폐건물이 존재합니다. 이곳은 1980년대 후반까지 운영되던 ‘○○정신병원’으로, 한때는 서울 서남부 지역 정신의료의 중심지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부실한 관리와 운영 미숙, 사회적 인식 문제로 병원이 폐쇄되었고, 이후로 20년 넘게 방치되어왔습니다.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주말 아침. 주변에는 고층 아파트 단지와 도심 상권이 들어서 있지만, 병원 부지는 여전히 시간 속에 멈춰 있습니다. 녹슨 철문, 깨진 유리창,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 그 어느 것 하나도 손길이 닿지 않은 채 방치된 세월을 보여줍니다.지도상 위치는 영등포구 ○○로 ○○길. 과거에는 버스정류장 이.. 2025.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