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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탐방]대만 유령 리조트 사지첸 – 기형 건축의 종착지 남부 해안에 나타난 미래형 폐허대만 타이난시 근교의 해안선 따라가다 보면, 마치 외계 문명이 불시착한 듯한 기묘한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동그란 창문과 곡선의 구조물,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흰색 돔형 건물이 열을 지어 늘어서 있다. 이는 한때 ‘사지첸 UFO 하우스’라 불리던 사지첸 유령 리조트의 흔적이다. 대만 관광 붐의 초창기에 미래형 레저 단지로 기획되었지만, 완공조차 되지 못한 채 공사 중단과 방치로 이어졌고, 이후 도시 폐허 탐방(Urbex) 마니아들에게는 ‘대만의 기형 건축’으로 불리며 전설이 되었다.사지첸(San-Zhi, 三芝)은 타이완 북부 신베이시 해안에 위치한 조용한 어촌 마을이다. 이 일대는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멀지 않아 주말 휴양지로 개발되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1978년..
[해외탐방]몽골 울란바토르 폐화력발전소 – 바람 속의 철골 과거와 현재가 겹쳐진 울란바토르의 산업 흔적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 사는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다. 그러나 이 도시의 외곽에는 눈에 띄지 않게 산업화의 흔적이 방치되어 있다. 그중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구 소비에트 시절 건설된 울란바토르 폐화력발전소다. 철골 구조물과 붉게 녹슨 배관들이 교차하는 이 거대한 발전소는 한때 도시 전역에 에너지를 공급하던 핵심 시설이었다.몽골은 오랜 유목 전통을 가진 나라지만, 20세기 중반 소비에트 연방의 영향 아래 중앙집중형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특히 울란바토르에는 러시아 기술을 기반으로 한 화력발전소들이 여럿 건설되었고, 이 중 일부는 현대화되지 못한 채 점차 기능을 상실했다. 폐화력발전소는 그런 시기의 유산이다. 시내에서 차로 30분..
북한 개성공단 – 철문 너머의 정지된 산업 경제 협력의 상징이었던 공간북한 개성시에 위치한 개성공단은 2004년 공식 가동된 이후 약 12년간 남북 경협의 실질적 성과물이자, 정치적 긴장 속에서도 유지되던 경제적 통로였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북한의 노동력 및 토지와 결합해 만들어낸 이 산업단지는, 단순한 경제 구역 이상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었다. 2007년 기준으로 입주 기업 수는 60여 개에 달했고, 가동 중단 직전에는 124개 남측 기업이 이곳에서 생산 활동을 펼쳤으며, 5만여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근무 중이었다.의류, 전기, 전자, 금속 가공 등 노동집약적인 중소 제조업체들이 주를 이뤘고, 완제품은 남한으로 반입되어 내수 및 수출 시장에 유통되었다. 당시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물품은 연간 수천억 원 규모에 이르렀으며, 일부 품목은 ‘Mad..
[해외탐방]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폐우주기지 – 구소련 우주 유산 과거의 영광이 잠든 우주기지카자흐스탄 사막 한가운데, 수평선 너머로 드문드문 보이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바람에 사라진 먼지와 함께 드러난다. 이곳은 바로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되고, 인간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날아올랐던 역사적인 장소다. 한때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이 소련의 우주 발사 기지는 냉전이 끝나고 구소련이 해체되면서 점점 그 위상을 잃어갔다. 그중 일부 지역은 현재 사용 중이나, 많은 시설들이 방치되며 사실상 폐허화된 공간이 되어버렸다.이 거대한 유적은 단순한 과학의 흔적을 넘어, 당시 국가 체제와 우주개발 경쟁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이곳은 역사와 야망이 퇴적된 콘크리트와 철골의 도시로, 인적 드문 사막의 풍경과 하나가 되고 있다..
[해외탐방]인도 다라비 슬럼 내 폐병원 – 도시 빈민의 그림자 뭄바이의 심장부, 다라비라는 세계인도 뭄바이 중심부에 위치한 다라비(Dharavi)는 세계에서 가장 밀집된 슬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면적은 약 2.1km²에 불과하지만, 추산에 따르면 70만 명에서 100만 명까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좁은 골목과 블록 형태의 판잣집이 미로처럼 얽힌 이곳은 단순한 빈민가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자생적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다라비는 오래전부터 이주노동자, 무허가 거주자, 극빈층 등이 모여든 공간이었다. 동시에 이곳은 플라스틱 재활용, 가죽 생산, 도자기 공방 등 다양한 소규모 제조업의 거점이기도 하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고밀도 자생 경제’가 형성되어 있지만, 위생 인프라와 공공서비스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는 시스템이 사실상..
[해외탐방]중국 오르도스 신도시 – 아무도 살지 않는 미래 도시 황무지 위의 도시 실험, 캉바스 지구의 탄생중국 내몽골 자치구의 오르도스(鄂尔多斯)시는 원래부터 산업도시로 성장한 곳은 아니었다. 이 지역은 원래 목축과 광업에 의존하던 중소 도시였지만, 2000년대 초반 들어 석탄과 희토류 자원이 풍부하게 발견되며 경제적 급성장을 경험한다. 그 결과 지방정부는 이 자원을 바탕으로 미래형 신도시 건설이라는 거대한 계획을 추진했고, 그렇게 해서 생겨난 곳이 바로 캉바스(Kangbashi) 신도시다.계획 초기에는 100만 명 수용을 목표로 고층 아파트 단지, 현대식 박물관, 오페라하우스, 호수 공원, 고속도로 등 도시의 모든 인프라가 대규모로 조성되었다. 단 10년 만에 일군 이 도시는 건축가들과 도시 계획자들에게 ‘중국식 미래 도시’의 모델로 기대를 받았다. 건축 디자인도..
[해외탐방]캄보디아 보크산 카지노 – 정글에 삼켜진 도박의 요새 프랑스 식민시대의 유산, 해발 1,000미터 위의 폐허캄보디아 남부, 해발 약 1,000미터 고지에 위치한 보크산(Bokor Mountain)은 한때 식민 지배의 상징이자 휴양지로 조성되었던 장소다. 이곳에 세워진 '보크 힐 스테이션(Bokor Hill Station)'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시절인 1920년대 초에 건설된 복합 단지로, 식민 지배계층과 고위 관료들이 무더운 플놈펜을 떠나 시원한 고지에서 지내기 위해 만들었다. 그 중심에는 보크산 카지노와 고급 호텔이 있었다.카지노 건물은 프랑스 르네상스 양식과 아르데코의 절충으로 지어졌고, 당시에는 유럽식 마감재와 수입 가구, 회전 계단 등 호화로운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해안선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자리 잡은 이 카지노는 캄포트만과 시아누크빌이 한..
[해외탐방]일본 군칸지마(군함도) – 산업의 유령섬 탄광의 섬, 군함도로 불리다나가사키현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작고 거대한 폐허, 하시마섬(端島)은 '군칸지마(軍艦島)'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군함도’란 별칭은 섬의 외형이 해상에서 바라볼 때 마치 전함(군함)처럼 보였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실제로 일본 해군의 전함 '도사(土佐)'와 유사한 형태라는 평가를 받아, 이 명칭은 이후 공식적인 관광 자료에도 함께 쓰이게 되었다. 이 작은 인공 섬은 한때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자, 세계에서 가장 밀집된 인구밀도의 주거지가 존재했던 공간이기도 했다.하시마섬의 역사는 1810년대부터 시작되며, 본격적인 탄광 개발은 메이지 시대 이후 미쓰비시 그룹이 이곳의 석탄 채굴 권리를 획득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일본의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던 시기, 이 섬은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