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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역 철거 전 마지막 모습 – 폐역의 아름다움 인천 내륙 한가운데 자리한 ○○역은, 한때 일일 수천 명의 발길이 오가던 철도 거점이었지만, 노선 개편과 도시 확장 속에서 점차 잊혔다. 수도권 전철의 노선 확장과 함께 다른 역들이 신축되고, 지역 중심의 교통 축이 재편되면서 이 작은 역사(驛舍)는 점차 역할을 잃었다. 공식적으로 폐역이 확정된 건 2012년, 하지만 마지막 열차가 떠난 이후에도 이곳은 철거 없이 방치되어 있어 도시 속 시간의 단절을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출입이 통제된 역사를 에둘러 도착한 오후,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대합실에는 빛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전광판은 꺼진 채 흑백으로 바랜 안내문이 여전히 걸려 있고, 매표소 창구에는 어느 누구의 손때인지 모를 흔적이 남아 있다. 플랫포머로 향하는 길목에는 철문이 내려져 있었..
폐허가 된 성북구 ○○병원, 그 안에서 마주한 것들 – 침묵 속 잊힌 인간의 흔적 | 병원이라는 공간의 이면 – 폐허가 된 이유서울 성북구의 조용한 언덕 중턱, 빽빽한 주택가를 지나 도달한 폐허의 중심에는 한때 주민들의 생명을 책임졌던 중형 병원이 놓여 있다. 외관만 보면 다소 단정한 구조물일 뿐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유리창 대부분이 깨져 있고, 철제 출입문은 녹슬어 조금만 건드려도 소리가 요란하다. 이곳은 1990년대까지 운영되던 개인 병원으로, 소아과·내과·정신과 등 다양한 진료 과목을 갖춘 종합병원에 가까운 구조였지만, 여러 사정으로 폐쇄되었다.폐쇄의 원인은 명확하게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내부 관계자의 인터뷰와 지역 기사에 따르면 병원의 부채, 불투명한 운영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정신과 병동에서의 환자 관리 문제로 인해 민원이 지속되었고 결국 행정 폐쇄 조치가 내려졌다고 한다..
경기 남양주 폐기된 탱크 공장 내부 탐방기 – 철의 유산과 침묵의 기록 1. 철문을 지나, 탱크가 사라진 자리남양주 외곽, 도시와 산의 경계선에서 우연히 만난 오래된 공장. 외형은 마치 수십 년 전 그대로 시간에서 멈춰선 듯했고, 거대한 철제 문은 녹이 슬어 스스로 열릴 것 같지 않았다. 이곳은 한때 군수 관련 중장비를 제작하던 소형 탱크 공장으로, 국방 산업과 관련된 비공개 공간이었다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돌고 있었다.입구를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벽면에는 퇴색된 ‘안전 제일’ 슬로건이 붙어 있고, 천장엔 낡은 크레인 레일이 녹슨 채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바닥에는 오래된 윤활유 자국, 한쪽 구석엔 설계도가 흩어진 작업대, 그리고 텅 빈 제작 라인이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었다.이 공장은 1980년대 후반 국방 예산 확대의 일환으로 설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냉전의 그림자 아..
서울 도심 속 폐허, 낙산성곽 아래 숨겨진 병원 1. 폐허의 입구, 성곽 아래 침묵의 공간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성곽길을 따라 낙산공원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도시의 생동감은 어느 순간 잠잠해진다. 낙산성곽 아래, 수풀 사이로 감춰진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정체불명의 건물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낡고 금이 간 시멘트 외벽, 닫히지 않은 철문, 그리고 멀리서도 풍기는 곰팡이 냄새. 이곳은 한때 병원이었던 폐건물로, 지금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은밀하게 방치된 폐허로 남아 있다.이 병원의 정확한 이름은 오래전 철거 기록과 함께 잊혔지만,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산 밑 병원" 혹은 "폐정신과"로 부른다. 몇몇 도시탐험가(Urbexer)들의 SNS를 통해 전해지는 내부 사진은, 낙후된 병상, 뒤틀린 휠체어, 벽에 걸린 낡은 차트 등이 그대로 방치된 ..
대구 ○○고등학교 폐교 부지의 그림자 – 방치된 기억의 복도 1. 낡은 복도와 교실, 그 안에 남은 시간의 층위대구 도심 외곽에 위치한 ○○고등학교는 한때 지역에서 명문으로 불리던 전통 있는 학교였다. 교복을 단정히 입은 학생들이 운동장을 가득 메우고, 종소리에 맞춰 복도를 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도시개발 축의 이동은 이 학교를 차츰 주변부로 밀어냈고, 결국 폐교라는 결정을 피할 수 없었다.폐교 이후 수년이 지난 지금, ○○고의 교정은 고요하다. 담쟁이 넝쿨이 벽을 타고 올라가고, 깨진 유리창 너머로 먼지가 가득 쌓인 교실이 보인다. 체육관의 바닥은 틀어졌고, 급식실에는 식판이 몇 개 뒤엉켜 있다. 이 학교는 단순히 비어 있는 건물이 아니다. 그 자체로 과거를 담고 있는 기억의 층위이며, 도시의 한 시절이 응축된 장소다.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군산 구 일본인 거리 탐방기 – 역사의 그림자를 걷다 1. 일본풍 건물 사이, 100년 전 시간의 틈을 걷다전라북도 군산의 구도심에 들어서면 낯선 이국적 정취가 뿜어져 나온다. 붉은 벽돌의 2층 건물, 목재 창틀, 양옥 구조의 상가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는 이 거리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이 지은 건물들이라는 점이다. 이곳은 과거 군산항을 중심으로 형성된 일본인 상권의 핵심지였으며, 일제의 경제 침탈 거점 중 하나였다. 지금도 군산세관, 동국사, 히로쓰 가옥, 초원사진관 등의 건축물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마치 시간의 틈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준다. 하지만 이 거리의 독특한 분위기 뒤에는 무거운 역사가 숨어 있다. 겉보기에 고풍스럽고 이국적인 풍경이지만, 실상은 우리나라 근대사의 상처를 품고 있는 현장이다. 이곳은..
강원 탄광마을의 마지막 풍경 – 사라지는 광산의 소리 1. 석탄의 도시, 사북과 태백의 기억 한때 강원도는 석탄의 땅으로 불렸다. 1970~80년대, 태백과 정선, 사북, 고한 등지에서는 수천 명의 광부들이 광산으로 들어가 국가 산업의 엔진을 돌렸다. 특히 사북읍은 ‘검은 황금’이라 불린 석탄 덕에 수많은 노동자와 상인, 가족들로 북적이던 활기 넘치는 지역이었다.하지만 1980년대 후반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 이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석유와 천연가스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탄광들은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사북은 그 중심에서 가장 빠르게 침묵해버린 탄광 도시였다. 광부들의 헬멧이 벗겨지고, 인력 수요가 줄며 이 지역은 마치 ‘산업의 유령도시’처럼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사북과 태백의 골목마다 놓인 폐건물과 먼지 쌓인 장비들, 버려진 광차와 검게 그을린 터널..
인천 폐교 탐방기 – 교실 속에 갇힌 시간들 1. 잊힌 배움터, 인천 폐교의 시간 정지 인천광역시는 과거 산업 중심 도시로 급격한 인구 유입을 경험했지만, 2000년대 이후 학령인구 감소와 도시재개발로 인해 수많은 학교가 문을 닫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특히 부평, 동구, 강화, 중구 일대에는 폐교된 초·중·고등학교가 다수 존재하며, 이 중 일부는 여전히 방치된 상태로 남아 도시의 음영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필자가 찾은 이곳은 인천 ○○구의 ○○초등학교, 1990년대 후반까지 운영되었으나, 주변 재개발로 인해 2000년대 초 폐교된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용도 없이 시간이 멈춘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교문은 녹이 슬고, 운동장의 잡초는 허리춤까지 자라며, 건물 외벽의 페인트는 오래전 벗겨진 채 바람에 깎여 나갑니다.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