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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폐허 탐방

[해외탐방]인도 다라비 슬럼 내 폐병원 – 도시 빈민의 그림자

 뭄바이의 심장부, 다라비라는 세계

인도 뭄바이 중심부에 위치한 다라비(Dharavi)는 세계에서 가장 밀집된 슬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면적은 약 2.1km²에 불과하지만, 추산에 따르면 70만 명에서 100만 명까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좁은 골목과 블록 형태의 판잣집이 미로처럼 얽힌 이곳은 단순한 빈민가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자생적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다라비는 오래전부터 이주노동자, 무허가 거주자, 극빈층 등이 모여든 공간이었다. 동시에 이곳은 플라스틱 재활용, 가죽 생산, 도자기 공방 등 다양한 소규모 제조업의 거점이기도 하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고밀도 자생 경제’가 형성되어 있지만, 위생 인프라와 공공서비스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는 시스템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 가깝고, 그 결과로 버려진 의료시설이 존재하게 되었다.

 

[해외탐방]인도 다라비 슬럼 내 폐병원 – 도시 빈민의 그림자

 다라비 폐병원의 정체와 역사

이곳에 위치한 폐병원은 1980년대 말 지역 주민들을 위해 설립된 민간병원이었다. 초기에는 외과와 내과, 산부인과 진료까지 가능했던 3층짜리 종합진료소 성격의 병원이었지만, 시설 노후화와 자금난으로 점차 기능이 축소되었다. 결국 2000년대 초반에 완전 폐쇄되었고, 이후 다시 열리지 않았다. 현재는 병원이라는 표지판만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 출입문은 녹슬고, 내부는 철거도 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의료 폐기물이 일부 남아 있는 공간도 있어 위생적으로는 매우 열악하며, 창문은 대부분 깨져 있고 벽면은 곰팡이로 뒤덮여 있다. 병원 장비 중 일부는 유출되어 밀매되었으며, 남은 의료 기기나 가구는 훼손된 채 버려져 있다. 2층 병실에는 낙서와 각종 폐기물,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어, 일반인의 접근은 위험한 수준이다.

한때 주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공간이었던 이 병원은 이제 도시 빈곤과 행정 실패의 상징처럼 남아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역 의료 인프라의 필요성이 재조명되면서 이 폐병원에 대한 관심도 일부 다시 불거졌다.

 

 

 슬럼 속 폐허가 주는 도시의 이면

다라비 폐병원은 단지 하나의 무너진 건축물이 아니다. 그것은 다라비라는 복잡한 구조체 내에서 공공시스템이 어떻게 실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슬럼이라는 공간은 ‘도시화의 실패’로 인식되곤 하지만, 이 폐허는 한편으로는 ‘도시가 간과한 사람들’을 증명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병원의 벽면 곳곳에는 주민들이 남긴 낙서나 경고 문구가 보인다. “의사가 떠난 자리엔 고통만 남았다”는 글귀는 당시 병원이 얼마나 절실한 공간이었는지를 암시한다. 이러한 흔적들은 다라비 주민들이 겪는 의료 공백, 위생 취약성, 정부 서비스와의 단절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수의 도시 탐방자(Urbexer)나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이 공간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외국인 접근은 제한적이며, 내부 촬영은 지역 주민의 허락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일부 NGO들은 이 병원의 부지를 개조해 공동 진료소나 커뮤니티 센터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한 바 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해외탐방]인도 다라비 슬럼 내 폐병원 – 도시 빈민의 그림자

 도시 탐사와 윤리적 시선

다라비 폐병원과 같은 장소는 도시 탐방이라는 행위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단지 흥미로운 구조물을 관찰하는 일이 아니라, 그 공간에 얽힌 사회적 맥락과 인간의 삶을 함께 바라보는 작업이다. 특히 다라비처럼 여전히 수많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슬럼 지역에서는, 외부인의 시선이 자칫 이들의 삶을 ‘빈곤 포르노(poverty porn)’처럼 소비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과거 다수의 탐방기록이나 영상물이 다라비의 빈곤함만을 강조하거나, 폐병원의 기괴함을 부각시키며 공포 콘텐츠로 활용했던 사례도 존재했다. 이는 장소에 대한 무례일 뿐 아니라, 그 지역 주민의 존엄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폐허를 다룰 때는, 사회적 책임과 탐방자의 윤리 의식이 동시에 요구된다. 도시 폐허는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라, 우리가 외면했던 현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돌아보는 거울이기도 하다.

 

 

 접근 정보 및 주의사항

다라비 폐병원은 일반적인 관광 코스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현지 주민의 안내 없이 진입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며, 병원 내부의 위생 상태는 매우 열악하다. 건물 내에는 유해한 곰팡이나 날카로운 금속 조각, 남아 있는 약물 폐기물 등이 있어 무단 침입은 자제해야 한다.

탐방을 원한다면 인도 현지 탐사 전문 가이드나 NGO의 협조를 얻는 것이 바람직하며, 가능한 경우에는 탐방보다 기록 또는 인터뷰 중심의 접근이 권장된다.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때에는 반드시 주민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고, 병원이라는 장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연출이나 자극적인 표현은 피해야 한다.

이 폐허는 단순히 버려진 건축물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가 어떤 사람들을 포용하지 못했는지를 알려주는 증거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는 일은, 단지 과거를 보는 일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태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