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위의 도시 실험, 캉바스 지구의 탄생
중국 내몽골 자치구의 오르도스(鄂尔多斯)시는 원래부터 산업도시로 성장한 곳은 아니었다. 이 지역은 원래 목축과 광업에 의존하던 중소 도시였지만, 2000년대 초반 들어 석탄과 희토류 자원이 풍부하게 발견되며 경제적 급성장을 경험한다. 그 결과 지방정부는 이 자원을 바탕으로 미래형 신도시 건설이라는 거대한 계획을 추진했고, 그렇게 해서 생겨난 곳이 바로 캉바스(Kangbashi) 신도시다.
계획 초기에는 100만 명 수용을 목표로 고층 아파트 단지, 현대식 박물관, 오페라하우스, 호수 공원, 고속도로 등 도시의 모든 인프라가 대규모로 조성되었다. 단 10년 만에 일군 이 도시는 건축가들과 도시 계획자들에게 ‘중국식 미래 도시’의 모델로 기대를 받았다. 건축 디자인도 단순한 기능 중심이 아니라 곡선형의 실험적 외형과 대규모 조형물로 구성되어 예술성과 상징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막상 도시는 완공되었지만, 그 안에 사람들은 채워지지 않았다. 텅 빈 아파트 단지, 사용되지 않는 버스 정류장, 불 꺼진 거리 조명은 이 신도시가 단순한 개발 실패를 넘어 '현대의 유령 도시'로 불리게 만든 결정적 배경이 되었다.
거대한 유령 도시가 된 신도시
오르도스 캉바스는 계획 당시만 해도 ‘중국의 두바이’라 불리며 국제적인 기대를 받았다. 특히 도시 전체가 그리드 형태로 질서 있게 구성되어 있었고, 문화 중심 시설도 조기에 완공되며 관광과 거주 기능의 병행도 가능하다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실제 이주민 유치에는 실패했다. 지역 경제의 기반이 부족했고, 외부와의 교통 접근성이 떨어졌으며,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와 상업용 임대료도 거주민을 멀어지게 했다.
결과적으로 이 도시는 구조적으로는 '완성'되었지만 기능적으로는 '정지'된 공간이 되었다. 낮에는 관리 인력이나 간헐적으로 방문한 사람들로 인해 어느 정도의 움직임이 있지만, 밤이 되면 거리는 적막하고 대부분의 창문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특히 수천 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완공 직후부터 빈집 상태로 수년을 방치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모습은 외신들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큰 유령 도시 중 하나”로 소개되었고, 수많은 사진가와 도시 탐방가들이 이 기이한 공간을 기록하기 위해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 정부는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언론 접근을 제한하거나 드론 촬영을 통제하기도 했다.
탐방의 시선: 고요한 인프라의 풍경
캉바스를 걷는다는 것은 완성된 미래를 비워두고 지나가는 일과 같다. 중심 도로는 여전히 깨끗하고 광활하며, 공원과 조형물도 잘 관리되어 있다. 도시 중심에는 거대한 말 조형물이 있고, 대형 도서관, 미술관, 체육관 등도 외형적으로는 새것처럼 보인다. 다만 모든 시설이 멈춘 듯한 정적을 머금고 있다는 점에서, 일상적 도시와는 전혀 다른 감각을 준다.
탐방객들은 자주 "이 도시엔 그림자만 있다"고 말한다. 마치 세트장처럼 완벽하게 꾸며진 구조물과 거리지만, 인간의 흔적은 미약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상업 구역에는 인형 가게나 미용실이 운영되기도 하지만, 손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곳에서 경험하는 시간은 직선적이지 않다. 도시의 형태는 미래를 향하고 있지만, 그 안의 흐름은 마치 정지된 과거를 품고 있다.
특히 사진 촬영에는 매우 적합한 환경이다. 고층 아파트 군락과 곡선형 문화시설이 광각 렌즈에 담기며, 이 도시의 기묘한 정적은 이미지로도 생생하게 전달된다. 다만 방문 시 건물 내부 출입은 대부분 제한되어 있으며, 당국의 감시 하에 일부 구역만 접근이 허용된다.
개발 모델의 반성과 도시의 미래
오르도스 캉바스 신도시는 단순한 실패 사례로만 남지 않는다. 이 도시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완공된 유령 도시'라는 점에서 도시 계획의 교훈을 담고 있다. 실제로 이후 중국 내 도시 개발 정책은 보다 수요 기반으로 전환되었으며, 정부도 오르도스를 '교훈 사례'로 내부 분석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에는 일부 기업형 개발이 재시작되었고, 중국 내 수도권에서 이전한 공공기관과 교육시설이 입주하면서 약간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 또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활용되며 문화적 활용도 늘고 있다. 여전히 전체 인프라의 활용률은 낮지만, 완전히 폐허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고요한 도시’는 조용히 변화 중이며, 실패가 끝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탐방 시 유의점과 접근 정보
오르도스 캉바스 신도시는 외국인의 접근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는 않지만, 관광지로 정식 등록된 곳은 아니다. 대부분의 건축물 내부는 접근이 제한되며, 공공기관이나 보안 구역은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드론 촬영 시에는 당국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고, 무단 촬영 시 장비 압수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탐방을 계획한다면 사전에 현지 여행사나 가이드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으며, 특히 겨울철에는 지역 기온이 급격히 낮아지고, 도시 구조상 난방이 불충분한 곳이 많으므로 체온 유지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오르도스는 도시 그 자체보다, 도시를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이 더 중요한 공간이다. 기능을 잃은 구조물 안에서 오히려 ‘도시는 왜 만들어지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이곳은 도시라는 시스템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매우 독특한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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