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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폐허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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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탄광마을의 마지막 풍경 – 사라지는 광산의 소리 1. 석탄의 도시, 사북과 태백의 기억 한때 강원도는 석탄의 땅으로 불렸다. 1970~80년대, 태백과 정선, 사북, 고한 등지에서는 수천 명의 광부들이 광산으로 들어가 국가 산업의 엔진을 돌렸다. 특히 사북읍은 ‘검은 황금’이라 불린 석탄 덕에 수많은 노동자와 상인, 가족들로 북적이던 활기 넘치는 지역이었다.하지만 1980년대 후반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 이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석유와 천연가스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탄광들은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사북은 그 중심에서 가장 빠르게 침묵해버린 탄광 도시였다. 광부들의 헬멧이 벗겨지고, 인력 수요가 줄며 이 지역은 마치 ‘산업의 유령도시’처럼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사북과 태백의 골목마다 놓인 폐건물과 먼지 쌓인 장비들, 버려진 광차와 검게 그을린 터널..
인천 폐교 탐방기 – 교실 속에 갇힌 시간들 1. 잊힌 배움터, 인천 폐교의 시간 정지 인천광역시는 과거 산업 중심 도시로 급격한 인구 유입을 경험했지만, 2000년대 이후 학령인구 감소와 도시재개발로 인해 수많은 학교가 문을 닫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특히 부평, 동구, 강화, 중구 일대에는 폐교된 초·중·고등학교가 다수 존재하며, 이 중 일부는 여전히 방치된 상태로 남아 도시의 음영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필자가 찾은 이곳은 인천 ○○구의 ○○초등학교, 1990년대 후반까지 운영되었으나, 주변 재개발로 인해 2000년대 초 폐교된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용도 없이 시간이 멈춘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교문은 녹이 슬고, 운동장의 잡초는 허리춤까지 자라며, 건물 외벽의 페인트는 오래전 벗겨진 채 바람에 깎여 나갑니다.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
용산 미군기지의 어제와 오늘 – 공개되지 않은 유령도시 1. 전후 한국의 땅에 세워진 또 하나의 ‘국가’ 서울 한복판, 한강과 남산 사이에 위치한 거대한 땅. 바로 **용산 미군기지(Yongsan Garrison)**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군사시설을 넘어서, 냉전과 분단, 한미동맹의 상징이자 한때는 일반인의 접근조차 철저히 통제된 ‘도시 속의 이방 세계’였습니다.기지의 시작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본군이 ‘조선군 사령부’를 세운 곳이 바로 이 자리였죠. 이후 1945년 해방과 동시에 미군이 이 시설을 인수하고, 한국전쟁을 거치며 주한미군의 핵심 기지로 탈바꿈합니다. 약 73년 동안 이곳은 **‘서울 속의 미국’**으로 기능하며, 한국인 출입은 거의 허용되지 않았습니다.그 결과 용산기지는 단순한 주둔지가 아니라, 병원·학교·주택·상점·교회 등 작은..
서울 영등포 정신병원 폐허 탐방기 – 폐허 속에 남은 기록들 1. 영등포의 숨겨진 폐허: ‘구 ○○정신병원’의 위치와 역사 서울 영등포구의 한적한 골목, 생활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오래된 폐건물이 존재합니다. 이곳은 1980년대 후반까지 운영되던 ‘○○정신병원’으로, 한때는 서울 서남부 지역 정신의료의 중심지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부실한 관리와 운영 미숙, 사회적 인식 문제로 병원이 폐쇄되었고, 이후로 20년 넘게 방치되어왔습니다.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주말 아침. 주변에는 고층 아파트 단지와 도심 상권이 들어서 있지만, 병원 부지는 여전히 시간 속에 멈춰 있습니다. 녹슨 철문, 깨진 유리창,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 그 어느 것 하나도 손길이 닿지 않은 채 방치된 세월을 보여줍니다.지도상 위치는 영등포구 ○○로 ○○길. 과거에는 버스정류장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