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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폐허 탐방66

제주도 한라산 자락, 버려진 군사 시설 유적 낯선 콘크리트 벙커, 숲속에 남겨진 구조물한라산 중턱, 등산로에서 벗어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면 정체불명의 콘크리트 건축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나무와 덩굴 사이로 반쯤 숨겨진 이 구조물은 무언가 감추려는 듯 입구조차 찾기 어렵다. 자세히 살펴보면 외벽은 방탄 콘크리트로 추정되며, 곳곳에 통신용 철제 파이프가 삽입되어 있다. 얼핏 보아 군용 벙커 혹은 탄약고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공식적인 안내판도, 지도에도 표기되지 않은 이 공간은 민간인의 출입이 오랫동안 제한됐던 곳이다. 제주가 군사적 요충지로 자리했던 냉전기, 이 일대는 여러 형태의 방어 시설이 산재해 있었으며, 이 벙커는 그 시절 잔재로 추정된다. 지금은 지형의 일부처럼 조용히 숲에 흡수되어 있지만, 바람이 구조물 내부를 통과할 때면 묘한 울림이 .. 2025. 6. 27.
제주 ○○초등학교 폐교지 – 분교의 흔적을 따라 걷다 돌담 너머로 남은 교정, 고요히 멈춘 시간제주도 동부의 한 조용한 마을. 차로 이동하던 중 길가에 나지막한 돌담이 이어지다가, 문득 그 너머로 운동장이 펼쳐진다. 처음엔 작은 마을회관쯤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벽에 희미하게 남은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초등학교 ○○분교’. 이곳은 1960년대 개교해 2000년대 중반 폐교된, 제주의 한 시골 초등학교 분교지다.제주의 분교들은 대개 오름 아래나 농경지 인근에 자리 잡고 있으며, 교통이 불편한 마을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엔 30~50명 규모의 소규모 학급이 운영됐고, 마을 주민들과 교사들이 하나의 공동체처럼 얽혀 있었다. 이 학교도 한때는 마을 전체의 심장이었다. 체육대회와 학예회, 방과 후 농촌일손 돕기까지. 아이들이 떠난 지금도 .. 2025. 6. 26.
제주 산간의 폐호텔 – 관광 붐의 그늘 아래 사라진 리셉션, 버려진 휴양지의 서글픈 입구제주 중산간 지역의 숲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야자수도 관광버스도 보이지 않는 고요한 언덕 위에 웅크리고 있는 대형 건축물이 하나 눈에 띈다. 유리창은 대부분 깨졌고, 콘크리트 벽면에는 습기와 이끼가 얼룩처럼 뒤덮여 있다. 이곳은 1990년대 말 제주 관광 붐을 타고 세워졌던 ○○리조트 호텔의 잔해다.당시 제주도는 신혼여행지에서 가족 여행지, 나아가 기업 연수와 외국인 휴양지로의 전환을 꾀하던 시기였다. 그에 발맞춰 산지와 해안 곳곳에는 중소 규모의 호텔, 펜션, 리조트가 우후죽순 들어섰고, 이 호텔도 그런 흐름의 산물이었다. 다만 다른 해변 리조트들과는 달리, 이곳은 자연 속 고요한 프라이빗 공간을 강조하며 고급 휴양지를 표방했다.그러나 완공 3년 만에 경영.. 2025. 6. 25.
제주 해안가의 버려진 유리온실 – 녹색 꿈의 폐허 해풍을 맞는 유리의 유적, 제주 해안의 낯선 풍경제주 남쪽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기암절벽과 얕은 초지가 이어지는 한가로운 풍경 속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유리 건축물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언뜻 보기엔 현대적인 식물원이거나 리조트 시설처럼 보이지만, 그 안은 이미 수년 전 기능을 상실한 폐허 상태다. 이곳은 한때 ‘해양온실 테마파크’라는 이름으로 조성되었고, 해양기후에 적합한 열대작물을 재배하며 관광과 교육을 결합한 공간으로 운영되었다.2000년대 초반, 제주도는 해양레저와 농업을 융합한 관광 상품에 큰 기대를 걸고 다수의 스마트팜과 유리온실을 해안가에 세웠다. 이 유리온실 역시 그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완공 이후 몇 해 지나지 않아 높은 유지비와 낮은 관람 수요, 내부 온도 조절 실패 등의 .. 2025. 6. 24.
제주 중산간의 버려진 군 관사촌 – 침묵의 벽돌 건물들 삼나무 숲을 뚫고 들어선 폐허의 마을제주 중산간 지역, 해발 약 400m 지대. 대형 농장이 끊기고, 삼나무 숲이 연이어 펼쳐지는 한적한 도로변에서,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있는 벽돌 건물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은 과거 군인과 그 가족들을 위한 관사촌으로, 1980년대 후반 군 전략 거점으로 활용되던 시절 조성된 주거지다. 현역 부대 인근에 위치한 이 관사들은 비상시 작전 대비와 장기 근무자 주거 안정 목적의 일환으로 설계됐지만, 부대 해체와 군 조직 개편 이후 전면 폐쇄되었고 지금은 출입이 통제된 상태다.관사촌은 외부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수목이 울타리처럼 둘러져 있고, 담벼락 대신 작은 계곡과 언덕이 자연 경계선 역할을 한다. 접근은 어렵지 않지만, 실제로 이곳이 폐허라는 걸 인지하기까지는 꽤 .. 2025. 6. 22.
제주 산속 폐요양원, 돌담에 갇힌 병원의 시간 한라산 자락의 묘한 고요, 잊힌 요양원의 존재제주시 외곽, 한라산 중턱의 숲길을 따라가면 일반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조용한 구역에 들어선다. 그 깊은 산속,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회색빛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1990년대까지 운영되었던 ○○요양원으로, 장기 입원자와 고령 환자들을 주로 수용하던 병원이었다. 현재는 폐쇄된 지 20년이 넘은 폐허지만, 건물의 형태는 거의 온전하게 남아 있고, 유일하게 감춰진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병원형 폐건물이다.요양원이 자리한 지형은 바람이 잦고 조용하며, 병원 주변에는 검은 현무암 돌담이 원형 그대로 둘러쳐져 있어 마치 하나의 요새처럼 느껴진다. 병원의 존재를 알리는 표지판은 오래전에 철거되었고, 지도상에서도 ‘시설’로 표시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장을 찾으.. 2025. 6.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