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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폐허 탐방

경남 통영 버려진 다이빙 리조트 – 남해의 유령섬

 

경남 통영 버려진 다이빙 리조트 – 남해의 유령섬

 

 

푸른 바다 위의 잊힌 유산

경남 통영은 푸른 바다와 섬들이 빚어내는 절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통영시 광도면과 욕지도 사이, 이름 없는 작은 무인도에 위치한 이 버려진 다이빙 리조트는 1990년대 중후반, 국내 해양레저 관광이 태동하던 시절에 개장한 시설이다. 당시 ‘해양 스포츠 허브’를 표방하며 다이빙, 스노클링, 해양 생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수도권과 부산에서 온 관광객들로 한동안 북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리조트는 오래가지 못했다. 자연보호 규제 강화, 정기선 결항 등으로 운영이 어려워졌고, 결국 2000년대 초반 폐업했다. 이후 건물은 그대로 방치됐고, 섬 전체가 미개방 구역이 되면서 현재는 지도상에서도 명확한 이름 없이 ‘무명 섬’으로 표기되고 있다. 통영의 수많은 관광명소들 뒤편에 감춰진 이 리조트는 ‘남해의 유령섬’이라는 별명으로 도시 탐험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녹슬고 부서진 리조트의 풍경

이 다이빙 리조트의 잔해는 섬의 북쪽 절벽 위에 펼쳐져 있다. 리조트 본관은 3층짜리 콘크리트 건물로, 지붕은 이미 무너져내렸고 유리창은 대부분 깨진 상태다. 내부에는 객실 침대 프레임, 로비 데스크, 해양 생물 전시대 등이 먼지와 함께 쌓여 있다. 바닷바람과 염분에 침식된 벽면은 조각처럼 떨어져 나갔고, 일부는 철근이 드러난 채 심하게 부식됐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해변 방향으로 뻗은 목제 선착장이다. 다이빙 교육과 보트 탑승을 위해 만들어진 이 구조물은 지금은 반쯤 물에 잠긴 채 해조류에 뒤덮여 있다. 바다 쪽으로 이어진 데크는 발을 디딜 수 없을 만큼 썩어들었고, 몇몇은 조류에 떠밀려 해변에 쓸려와 있다. 이곳의 모든 것이 멈춰 있지만, 동시에 자연이 그 위를 덮어가며 또 다른 생명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기묘한 인상을 남긴다.

 


 

유령섬을 찾아오는 이들

이 리조트의 존재는 공식적으로는 언급되지 않는다. 해양경찰이나 시 당국은 섬 방문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지만, 정기선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개인 보트나 카약을 이용해야만 도달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탐방가나 사진작가들은 이 유령 리조트를 ‘자연과 인간의 흔적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바라보며 다녀간다.

그들은 바다와 건축물, 침식과 성장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한 장의 사진에 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다. 무인도 특성상 고요함은 압도적이며,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 외에는 아무런 기척이 없다. 때로는 리조트 내부에서 버려진 장비의 울림, 철제 문이 흔들리는 소리 등이 폐허의 분위기를 더 극적으로 만든다. 일부 다이버들은 리조트 주변 해역을 탐사하기도 하지만, 관리되지 않은 해저 구조물과 조류로 인해 상당히 위험하다.

 


 

시간에 침식된 레저의 환상

이 다이빙 리조트는 단순한 유휴 시설이 아니라, 1990년대 말 ‘해양 관광’이라는 개념이 꿈꿨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상징하는 장소다. 리조트를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바다를 레저 공간으로 상품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자연의 흐름과 인프라의 부족은 그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곳은 오히려 그 무너진 이상이 어떻게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방문자들은 낭만적인 폐허의 미학보다, ‘지나간 시간의 맥락’을 더 진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단지 인스타그램용 사진이 아니라, 실패한 공간기획과 무책임한 개발이 지역 생태계와 사회에 어떤 상흔을 남겼는지를 이곳에서 배울 수 있다. 또한 유휴 공간의 활용, 폐시설의 재생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이 섬을 통해 다시 점검할 수 있다.

 


 

 

해양 폐허 탐사의 위험성과 접근 가이드

이 폐허 리조트는 바다 위에 있는 만큼, 접근성과 안전성 모두 일반 폐건물보다 훨씬 복잡하다. 첫째, 무단 접근 시 조난 위험이 매우 높다. 정기선이 없는 무인도에 도착하려면 민간 선박을 이용해야 하며, 날씨와 조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실제로 이 리조트 근처 암초 지역은 물살이 매우 거세고, 낚시객이나 카약 탐사 중 구조 요청 사례도 있었다.

둘째, 구조물의 상태는 심각하게 불안정하다. 해풍과 염분이 축적된 철근 콘크리트는 손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질 정도로 약화되어 있다. 특히 2~3층 구간은 바닥이 꺼진 곳이 많고, 안전 장비 없이 진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리조트 해변의 목제 데크는 습기와 균류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다.

셋째, 이곳은 ‘사유지’ 혹은 ‘관리 미지정 공유지’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어, 행정상 책임 문제도 불분명하다. 탐방 전 지역 해경이나 통영시청 항만과에 문의하여 정식 허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가능한 경우에는 공식 탐방 프로그램이나 문화재청과 연계된 촬영 허가를 통해 합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