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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폐허 탐방

대구 ○○정신병원 폐허, 철문 너머의 고요

대구 ○○정신병원 폐허, 철문 너머의 고요

 

대구 외곽, 잊혀진 병원의 흔적

대구 북부의 한적한 도심 외곽, 이름 없이 입소문만으로 전해지는 폐허가 하나 있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선 ‘○○정신병원’이라 불리지만, 정확한 명칭은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 병원의 입구는 녹슨 철문으로 막혀 있으며, 입구 주변은 잡초와 덩굴식물이 병원을 감싸 안은 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지나가는 이조차 거의 없는 이곳은 폐허를 좋아하는 탐방자들 사이에서 ‘소문 속 명소’로 통한다.

병원은 1980년대 말~1990년대 초반 운영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역 보건소나 건축물 대장에서도 흔적을 찾기 어렵고, 일부 지역주민의 증언에만 의존할 수 있는 정도다. 하지만 병원이라는 단서를 뒷받침하는 내부 구조, 약품 보관함, 진료차트 조각 등은 병원이 실제 존재했음을 증명한다. 특히 문서 파편 중 일부에는 ‘정신과적 진단기록’이라는 제목이 남아 있었고, 퇴색한 서류에서는 이곳이 분명히 정신질환 관련 시설이었음을 알 수 있다.

 

 

 

병동의 구조와 공간 배치

철문을 지나면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넓다. 3층 규모의 콘크리트 건물로, 각 층에는 병실, 진료실, 보호자 면회 공간이 일정하게 배열돼 있다. 병실은 대부분 4인실이며, 병상은 철제 프레임만 남아 있다. 일부 방에는 격리병동의 흔적으로 보이는 철창 구조가 설치되어 있고, 출입문은 내부에서만 열 수 없는 구조였다.

병원 곳곳에는 아직도 의료기기 조각이 남아 있으며, 엑스레이 필름과 카트 바퀴가 벽면 모서리에 쌓여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장소는 지하층인데, 좁고 습기가 찬 공간은 의약품 보관소 혹은 전산 기록실로 추정된다. 벽면에는 ‘위험’, ‘전기설비 주의’ 등의 경고문이 희미하게 보이며, 누전 흔적이 남아있다. 전체적으로 병원은 당시 의료 시스템과 건축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 일종의 ‘의료 문화 유산’으로서의 가치도 조명된다.

 

 

소문과 괴담, 그리고 심리적 긴장감

○○정신병원은 단순한 폐건물이 아니다. 지역 커뮤니티에는 이 병원을 둘러싼 다양한 괴담과 소문이 퍼져 있다. ‘환자가 집단 자살했다’, ‘의료진이 잠적한 채 병원이 문을 닫았다’, 혹은 ‘밤마다 창문에 형체가 보인다’는 식의 이야기는 공포감을 자극한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사실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런 이야기가 만들어질 정도로 이 공간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실제로 병원 내부는 조용하다 못해 정적에 가까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람 소리와 삐걱대는 창틀, 먼지 쌓인 복도를 걸을 때의 발소리만이 방문자의 동행이 된다. 인간의 의식과 질병, 치유와 통제 사이의 경계를 공간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인 만큼, 심리적 긴장감은 극대화된다. 탐방자들은 단지 낡은 건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정신의료 현실과 개인적 상상의 경계에 선다.

 

 

 

왜 이런 병원이 잊혀졌는가?

○○정신병원이 폐쇄된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한국 사회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과 배제, 그리고 열악한 병원 운영 현실을 떠올리면 대략적인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민간이 운영하던 정신병원들은 종종 부실한 의료 서비스, 인권 침해, 낮은 수익성 등의 이유로 조용히 문을 닫았다. 기록되지 않은 폐쇄는 흔한 일이었고, 이는 시간이 흐른 후 ‘괴담’이라는 형태로만 남았다.

지역 당국에서도 이 건물에 대한 정확한 소유권이나 사용 이력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개발 대상지에서도 제외되어 있으며, 폐허가 된 병원이 도심 한가운데 조용히 방치되어 있는 기묘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정신병원이라는 특성상, 지역 주민들도 접근을 꺼리는 분위기라 더더욱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진다. 이것이 이 병원을 더욱 미스터리하게 만드는 요소다.

 

 

 

폐허 탐방의 경계: 합법성과 안전의 이슈

이 병원은 현재 아무런 출입 허가가 내려져 있지 않다. 즉, 개인의 탐방은 원칙적으로 ‘무단침입’에 해당할 수 있다. 철문이 잠겨 있거나 입구에 ‘출입금지’ 경고가 있는 경우, 법적으로도 위법 행위로 간주된다. 폐허 탐방자들 사이에서도 “철조망을 넘는 순간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정신병원 폐허는 구조상 위험요소가 많다. 붕괴 우려가 있는 천장, 녹슨 철제 구조물, 그리고 유리 파편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어 조금만 부주의하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이외에도 폐허 내에는 동물의 서식 흔적, 비위생적인 오염물, 심지어 노숙인의 임시 거주 흔적이 발견되기도 한다. 따라서 감성적 호기심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진 촬영, 기록 보존, 도시문화적 의미를 찾기 위한 목적이라 해도 안전장비 착용, 동행자 확보, 지역 법규 확인 등은 필수다. 불법적 접근 대신 지역에 허가된 폐허 전시나 답사 프로그램이 있다면 이를 활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긍정적인 방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