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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탐방]캐나다 트리다와 공장 폐허 – 얼음 속에 잠든 철의 도시 북쪽 끝에서 솟아오른 철강 산업의 신화캐나다 온타리오 주 북부에 위치한 **트리다와(Treedawa)**는 대다수의 지도에는 이름조차 명확히 표시되지 않는 작은 도시다. 그러나 20세기 초, 이곳은 북미 산업 지도의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철광석 매장량 때문이다. 주변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한 철광과 이를 처리할 수 있는 풍부한 수자원은, 1920년대부터 이곳을 캐나다 철강 산업의 전초기지로 만들었다.당시 세워진 트리다와 제철소는 최신 고로 설비와 선광 시설을 갖춘 대규모 공장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군수물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 공장은 하루 24시간 돌아갔다. 철도망과 항만이 정비되면서 트리다와는 급속히 팽창했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노동자들로 인해 순식간에 산.. 2025. 7. 10.
[해외탐방]펜실베이니아 센트레일리아 – 불타는 지하 마을의 종말 지하에서 타오른 불, 마을을 집어삼키다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센트레일리아(Centralia)는 한때 수백 가구가 거주하던 평범한 탄광 마을이었다. 그러나 1962년, 폐광 근처에서 시작된 **지하 화재(Underground Mine Fire)**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당시 불법 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버려진 탄광 갱도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화재는 땅속 깊은 곳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이를 단순한 사고로 여겨 간단히 진화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지만, 불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퍼졌고, 6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타고 있다.지하 탄층의 복잡한 구조와 높은 인화성 때문에 불은 완전히 끌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땅이 뜨거워지고, 균열이 생기고,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도로는.. 2025. 7. 10.
[해외탐방]캘리포니아 보디 유령 마을 – 서부 개척시대의 흔적 황금열풍과 함께 태어난 도시미국 캘리포니아 북동부, 시에라네바다 산맥 자락에 위치한 **보디(Bodie)**는 한때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주했던 활기찬 광산 마을이었다. 19세기 후반, 서부 개척시대의 골드러시가 절정에 달하던 시기, 1859년 윌리엄 보디(William S. Bodey)가 금을 발견하면서 이 지역은 순식간에 인구와 자본이 몰려들던 황금의 도시로 떠올랐다.광산업이 번성하면서 도시는 확장되었고, 술집과 매춘굴, 오락실, 교회, 학교 등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섰다. 하지만 보디는 번영과 동시에 혼돈을 품었다. 범죄, 살인, 화재, 파업이 일상이었으며, 당시를 살아간 이들은 “보디에 가는 사람들은 지옥으로 간다(Bodie, a hell on earth)”고 묘사할 정도였다.그러나 금맥은 오.. 2025. 7. 9.
[해외탐방]뉴욕 러즈벨트섬 폐 병원 – 고립된 섬 속 유령 병동 동강난 도시의 조각, 러즈벨트섬의 이면맨해튼과 퀸스 사이, 이스트강 한복판에 위치한 러즈벨트섬(Roosevelt Island)은 겉보기에는 현대적인 아파트와 산책로가 어우러진 조용한 주거지다. 그러나 이 고립된 섬의 남단에는 뉴욕 시민들조차 잘 모르는 한 폐허가 조용히 서 있다. 바로 스몰팍 병원(Smallpox Hospital), 또는 공식 명칭인 루즈벨트 아일랜드 스몰팍 병원 유적이다.19세기 중반, 뉴욕시는 당시 만연하던 천연두(Smallpox) 환자들을 도시 외곽으로 격리하기 위해 이 섬에 병원을 세웠다. 1856년 완공된 이 병원은 미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 격리 병원이자, 뉴욕 공공보건의 상징적인 유산이다. 도시에서 가장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절박한 대응이, 바로 강을 사이.. 2025. 7. 9.
[해외탐방]미국 디트로이트 폐공장 밀집지 – 산업화의 몰락 포디즘의 발상지, 무너진 산업 제국의 도시미국 미시간 주의 중심에 위치한 디트로이트는 한때 '모터 시티(Motor City)'라는 찬사를 받던 세계 최대의 자동차 산업 도시였다.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모두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었으며, 20세기 초중반 이 도시는 포디즘(Fordism), 즉 대량 생산·대량 소비 체제의 상징이었다. 당시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조립라인에 배치되어 차량을 조립했고, 산업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기능했다.그러나 1970년대 이후 글로벌 경제의 구조 재편, 아시아 제조업의 부상, 석유 위기와 노사 갈등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자동차 산업은 급격한 쇠퇴를 맞이했다. 기업들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자동화를 가속화했고, 디트로이트는 그와.. 2025. 7. 8.
[해외탐방]체코 군사 요새 티레진 – 감시의 벽 너머로 오스트리아 제국의 전략적 요충지체코 북부의 작은 도시 티레진(Terezín)은 겉보기에 조용하고 평범한 시골 마을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곳에는 18세기 후반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제 요제프 2세가 건립한 거대한 군사 요새가 남아 있다. **티레진 요새(Fortress Terezín)**는 프로이센과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방어기지로, 광범위한 방벽, 지하 터널, 외곽 보루, 그리고 주변을 감싸는 수로 시스템이 특징이다.이 요새는 1790년부터 군사 시설로서의 기능을 시작했으며, 이후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까지 유럽 군사사의 다양한 격변기마다 역할을 달리하며 유지되었다. 특히 강제 노역소, 무기 창고, 포로 수용소로 활용되면서 단순한 방어 요새가 아닌, 통제와 억압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인식되.. 2025.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