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탐방]이탈리아 크라코 유령 마을 – 무너진 언덕 위의 시간
언덕 위의 요새도시, 크라코의 시작이탈리아 남부 바실리카타 주의 해발 400m 산등성이에 자리한 고대 도시 **크라코(Craco)**는, 처음부터 고립된 폐허는 아니었다. 기원전 8세기 경부터 정착 흔적이 발견될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이 도시는, 중세 시대를 거치며 전략적 요충지로 성장했다. 주변 지형의 특성상 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쉬워, 요새형 마을로 발전하였고 11세기에는 본격적인 석조 건축물과 성채 구조가 갖춰지기 시작했다.크라코는 지역의 행정 중심지로 기능하며, 농업과 목축업을 기반으로 번창했다. 특히 19세기에는 수천 명이 이곳에 거주했고, 수도, 성당, 학교, 병원 등 기본적인 기반 시설도 잘 갖춰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 전성기는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자연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힘이, 이..
[해외탐방]독일 베를린 소련군 병원 폐허 탐방기 – 붉은 제국의 유산
냉전의 상징, 베를린 외곽의 병원 단지독일 베를린 외곽의 바이센제 지역,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질적인 풍경이 나타난다. 붉은 벽돌 건물, 창문이 깨진 병동, 부식된 철제 침대들이 방치된 채 남겨진 이곳은 과거 소련군이 주둔하던 거대한 병원 단지다. 공식 명칭은 **베를린 베브린크 병원(Krankenhaus Beelitz-Heilstätten)**으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을 위해 건설되었고 이후 나치 독일과 동독 시대를 거쳐, 냉전기의 소련군 군의관 시스템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했다.이 병원은 단순한 치료 시설이 아니었다. 외상 치료, 재활, 정신 질환 치료, 군 내부 교육과 수용 기능을 복합적으로 갖춘 소련식 복합병원 단지로, 냉전이라는 거대한 이념 충돌 속에서 인간을 다루는 기계처럼 운영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