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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폐허 탐방

[해외탐방]몽골 울란바토르 폐화력발전소 – 바람 속의 철골

과거와 현재가 겹쳐진 울란바토르의 산업 흔적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 사는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다. 그러나 이 도시의 외곽에는 눈에 띄지 않게 산업화의 흔적이 방치되어 있다. 그중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구 소비에트 시절 건설된 울란바토르 폐화력발전소다. 철골 구조물과 붉게 녹슨 배관들이 교차하는 이 거대한 발전소는 한때 도시 전역에 에너지를 공급하던 핵심 시설이었다.

몽골은 오랜 유목 전통을 가진 나라지만, 20세기 중반 소비에트 연방의 영향 아래 중앙집중형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특히 울란바토르에는 러시아 기술을 기반으로 한 화력발전소들이 여럿 건설되었고, 이 중 일부는 현대화되지 못한 채 점차 기능을 상실했다. 폐화력발전소는 그런 시기의 유산이다. 시내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이 시설은 고층 규모의 보일러 타워, 벽이 무너진 제어실, 분진이 쌓인 발전기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산업 유산과 폐허미를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

 

[해외탐방]몽골 울란바토르 폐화력발전소 – 바람 속의 철골

산업 성장기의 중심, 그리고 급격한 정지

이 폐화력발전소는 1960년대 후반, 울란바토르의 인구 급증과 난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되었다. 당시 몽골은 전력 자립도가 낮았고, 대부분의 에너지 시스템은 소련의 기술 지원에 의존하고 있었다. 화석연료, 특히 갈탄을 주 연료로 사용하는 이 발전소는 열병합 방식으로 가동되었으며, 주변 공장과 주거 지역에 동시에 전기와 난방을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몽골이 민주화와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면서 국영 산업 설비의 상당수가 노후화되었고, 외국 자본 없이 독자적인 유지보수가 어려워졌다. 이후 울란바토르에는 현대식 화력발전소들이 새로 지어졌고, 기존 설비는 점진적으로 가동이 중단되거나 폐기되었다. 현재 이 발전소는 1990년대 중반부터 비공식적으로 방치되었으며, 공식적으로는 2000년대 초반에 폐쇄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 당국은 해당 부지를 재개발 구역으로 분류했으나, 비용 문제와 구조 해체의 복잡성 등으로 인해 여전히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안전 펜스나 안내 표지판도 거의 없어, 일부 지역 주민이나 외국인 탐험가들이 무단으로 출입하며 사진 촬영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내부 구조와 잔해의 모습

건물 외부는 대부분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되어 있으며, 시간의 흐름 속에 균열과 붕괴가 진행된 상태다. 보일러 타워는 내부 계단이 부식되어 있고, 제어실에는 낡은 계기판과 손때 묻은 스위치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벽면에는 기계 유지를 위한 안내 도표나 러시아어 경고문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데, 이들 문서와 기호들은 당시 발전소가 러시아 기술에 기반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발전 터빈실은 가장 큰 공간 중 하나로, 바닥은 오일 자국과 석탄 찌꺼기가 뒤섞인 잿빛을 띠며, 일부 철제 프레임은 고철로 해체된 흔적도 보인다. 복도 곳곳에는 유리창이 깨진 창틀과 떨어진 형광등 조각, 부식된 전선 덩어리들이 흩어져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얇은 철판이 떨리는 소리가 내부에 울려 퍼지며, 오랜 시간 사람이 떠난 공간 특유의 정적을 더욱 강조한다.

탐험가들 사이에서는 이곳이 몽골에서 보기 드문 대형 산업 폐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다만 구조적 안정성이 매우 떨어져 있고, 바닥이 내려앉은 구간이나 날카로운 구조물이 많은 탓에 실제 출입은 매우 위험하다.

 

 

도시 에너지 체계 변화의 상징

울란바토르 폐화력발전소의 방치는 단순한 노후 시설 폐기가 아니다. 이는 몽골의 에너지 체계가 겪은 변화를 상징한다. 과거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 하에서 대형 열병합 발전소는 도시 전체를 움직이는 핵심이었다. 그러나 분권화된 시장경제로의 전환, 민간 전력 기업의 등장, 신재생 에너지의 보급 등은 기존의 에너지 공급 패러다임을 뒤흔들었다.

몽골 정부는 최근 태양광 및 풍력 발전소를 대규모로 도입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일부 지역은 전기 자립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소규모 오프그리드 발전소가 증가하고 있고, 울란바토르 역시 석탄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전환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구 화력발전소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산업 설비로 전락했고, 철거나 전시 공간 활용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이 발전소는 도시 성장의 과거를 대변하지만, 동시에 지금은 도시 외곽의 공터와 다름없는 자리로 변모했다. 주변에는 일부 무허가 주택이 세워지고 있으며, 철거되지 않은 이 공간은 사회적 안전 사각지대로도 지적받는다.

 

[해외탐방]몽골 울란바토르 폐화력발전소 – 바람 속의 철골

바람 속에 남겨진 철골 구조물

울란바토르 폐화력발전소는 오늘날 몽골 도시사와 에너지 정책의 과도기를 보여주는 물리적 증거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기계, 부식된 철골 구조, 그리고 텅 빈 제어실은 모두 한 시대의 끝과 다음 시대의 시작을 시각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동시에, 아무런 활용 계획 없이 남겨진 이 공간은 ‘방치된 산업’이라는 현대 도시의 공통된 문제를 상기시킨다.

이곳은 공식적인 관광지로 분류되지 않으며, 외부인의 출입은 허가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지 청년들 사이에서는 가끔 사진 촬영 장소로 활용되기도 하며, 일부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이곳의 영상 자료를 기록물로 남기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 공간의 존재조차 모른 채 지나치며, 도시 속 또 하나의 죽은 구역으로 취급된다.

울란바토르 폐화력발전소는 그 자체로 기억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산업이라는 흐름 속에 잠시 존재했던 구조물로서, 몽골의 도시 발전과 탈석탄 정책을 되짚는 데 여전히 유의미한 자료로 기능하고 있다. 바람이 부는 날, 그 철골 사이로 삐걱이는 소리는 이 거대한 시설이 여전히 도시 변두리 어딘가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음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