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끝에서 솟아오른 철강 산업의 신화
캐나다 온타리오 주 북부에 위치한 **트리다와(Treedawa)**는 대다수의 지도에는 이름조차 명확히 표시되지 않는 작은 도시다. 그러나 20세기 초, 이곳은 북미 산업 지도의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철광석 매장량 때문이다. 주변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한 철광과 이를 처리할 수 있는 풍부한 수자원은, 1920년대부터 이곳을 캐나다 철강 산업의 전초기지로 만들었다.
당시 세워진 트리다와 제철소는 최신 고로 설비와 선광 시설을 갖춘 대규모 공장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군수물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 공장은 하루 24시간 돌아갔다. 철도망과 항만이 정비되면서 트리다와는 급속히 팽창했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노동자들로 인해 순식간에 산업 신도시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이 도시는 태생부터 한계가 있었다. 지역 기후는 혹독했고,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겨울은 공장 가동에 극심한 부담을 줬다. 게다가 1970년대 들어 세계 철강 수요가 급감하면서 트리다와는 서서히 침묵하는 도시로 변해갔다.
거대한 철의 유령 – 공장 폐허의 시각적 충격
현재 트리다와 제철소는 완전히 가동을 멈춘 상태이며, 수백 미터 길이의 고로 라인과 발전 시설, 적재소가 쇠녹으로 뒤덮인 채 정지해 있다. 붉게 녹슨 파이프, 깨진 유리창, 마치 심장을 멈춘 듯한 설비들은 보는 이에게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준다. 특히 북부 지역 특유의 혹한과 바람은 건물 외관을 빠르게 마모시켰고, 내부는 얼어붙은 물과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로 가득 차 있다.
가장 독특한 점은 이곳이 마치 ‘시간의 봉인’을 받은 듯하다는 것이다. 작업복을 입은 마네킹, 기록지에 적힌 근무일지, 전등 스위치에 묻은 손때까지, 이 도시가 폐쇄되던 그날 그대로 정지된 채 존재하고 있다. 자연의 침식이 폐허에 스며들었고, 쇠의 붉은 녹과 얼음의 푸른 빛이 대비를 이루며, 탐방객들은 극단적인 색채 속에서 산업의 종말을 체감하게 된다.
드론 촬영이 허가된 상공에서는 특히 거대한 산업 구조물이 끝없이 펼쳐지는 스펙터클을 목격할 수 있다. 지붕을 뚫고 자란 나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쌓인 눈, 얼어붙은 연료 탱크는 모두 이 장소만의 고유한 폐허미를 만들어낸다.
산업의 기억과 노동의 흔적
트리다와 공장이 단순한 폐허로만 인식되지 않는 이유는, 이곳이 단지 기계의 무덤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 얽혀 있던 기억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캐나다 국내뿐 아니라 동유럽 이민자, 원주민 노동자들이 함께 일하며 만들어낸 복잡한 사회적 구조가 존재했다. 공동 주택, 간이 병원, 지역 학교 등이 모두 이 철강 산업을 중심으로 구축되었고, 도시의 경제는 전적으로 공장에 의존했다.
공장이 멈춘 이후, 마을은 인구 절반 이상이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실업과 고립, 기후 악화 속에서 점점 잊혀졌다. 특히 1985년 한파 이후 이 지역은 전력 공급 중단과 도로 고립 사태를 겪으며 사실상 ‘버려진 도시’가 되었다.
탐방자들이 이곳을 거닐며 마주하는 것은 단지 철판과 설비가 아니라, 일터였던 장소가 어떻게 삶의 무덤으로 변해버렸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트리다와는 산업 폐허가 갖는 정서적 무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극지 폐허 탐방의 이색적 매력
트리다와는 일반적인 폐허 탐방지와는 매우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물리적 접근성부터 감정적 체감까지 모든 것이 ‘극한’의 형태를 띤다. 탐방 시즌은 일반적으로 늦봄부터 초가을 사이, 그 외 기간에는 폭설과 결빙으로 인해 접근 자체가 어렵다. 따라서 이 장소는 단순한 ‘방문’이 아닌 계획적 탐험을 필요로 한다.
또한, 북부의 고요함과 혹독함이 폐허의 정적과 어우러져 거의 명상적인 감각을 선사한다. 소리가 없는 거대한 구조물 사이를 걷다 보면, 오히려 도시보다 깊은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겨울철에는 공장 내부가 얼어붙으며 얼음 동굴 같은 공간으로 변모하고, 그 안에 햇살이 반사될 때의 풍경은 마치 공장 속 오로라와도 같다.
이처럼 트리다와는 폐허와 자연, 산업과 침묵이 공존하는 장소로, 정적인 도시 탐방과는 차별화된 체험을 제공한다. 폐허 애호가들은 물론, 사진 작가, 다큐멘터리 제작자 등에게도 차별화된 소재의 보물창고로 손꼽힌다.
보존과 재활용 사이에서 – 지역과의 상생을 위한 가능성
최근 몇 년 사이, 트리다와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캐나다 내 몇몇 산업유산 관련 단체들은 이 지역의 산업 폐허 보존 가치를 공식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으며, 일부는 구조물 일부를 ‘역사적 기념물’로 지정하자는 청원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구조물의 낙후와 붕괴 위험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철거와 재개발을 통한 부지 정비를 주장하는 의견도 팽팽하다.
지금까지 이곳은 대체로 방치 상태로 남아 있었지만, 최근 몇몇 탐방객의 무단 침입, 기물 파손 사례가 발생하면서, ‘폐허 관광’의 윤리와 법적 기준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캐나다 정부는 “탐방의 자유와 유산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합법적 탐사 방식의 체계화를 고민 중이다.
트리다와는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어떤 기억을 간직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폐허는 멈춘 공간이 아니라, 역사와 인간, 자연과 구조가 상호작용하는 살아있는 현장이다. 우리가 이곳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이 철의 도시는 추억이 될 수도 있고, 교훈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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